[대림절 묵상 수필] 목자들의 기쁨
들판에서 울린 천사의 노래
깊고도 고요한 밤이었다. 밤하늘은 검고, 별빛은 희미했다. 베들레헴 근처의 들판에는 양들이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고, 목자들은 바람을 막기 위해 겉옷을 여미고 있었다. 어둠 속의 들판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삶은 언제나 그랬다. 단순하고, 반복되며,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밤, 그 고요한 들판에 하늘이 열렸다. 찬란한 빛이 어둠을 가르며 내려왔고, 천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려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그 순간, 목자들의 세상이 변했다. 그들은 단순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빛을 본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울리는 진리를 들었다.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졌고, 기다리던 메시아가 오셨다는 사실. 구주는 왕궁의 화려한 방이 아니라, 그들처럼 낮고 보잘것없는 곳에 태어나셨다.
그들은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천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자들은 양떼를 뒤로한 채 베들레헴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두려움 대신 기쁨이, 의심 대신 확신이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는 마치 천사의 노래를 따라가는 작은 화음처럼 들렸다.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말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을 발견했다. 천사가 전해준 모습 그대로였다. 그들은 아기 예수님을 보며 무릎을 꿇고 경배했다. 이 경배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모든 순간에 드리는 찬양이었다. 자신들과 같은 낮은 자리로 내려오신 하나님을 향한 경배였다.
목자들의 마음은 단순하고 순수했다. 그들은 더 높은 신학적 이해를 가지거나, 복잡한 의식을 치르지 않았다. 그저 구주를 만난 기쁨으로 가득 찼고, 그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로 했다. 구주를 만나고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처음 들판에서 베들레헴으로 향했던 것보다도 더 경쾌하고 빛났다. 그들은 길을 걸으며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아기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의 말은 단순했지만, 그 말 속에는 하늘의 진리와 빛이 담겨 있었다.
나는 목자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과연 그들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구주를 경배하고 있는가? 세상의 분주함 속에서, 내게도 천사의 음성이 들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음성을 듣기 위해 얼마나 고요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내가 만약 목자들처럼 들판에 있었다면, 천사의 부름에 곧바로 응답했을까, 아니면 내 양떼와 현실적인 문제들에 더 신경 썼을까?
목자들은 단순함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했다. 그들의 낮은 위치는 오히려 그들을 구주께 더 가깝게 만들었다. 구유의 냄새나는 짚더미 앞에서도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별 볼 일 없는 그들일지라도,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는 가장 먼저 기쁨의 소식을 듣는 특권을 누렸다.
강림절을 보내며, 나는 이 목자들의 마음을 구한다. 주님께서 오셨다는 소식에 두려움 없이 기뻐하며, 나의 현실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주님께 달려가는 마음을 원한다. 목자들은 그날 밤, 단순히 아기 예수님을 보기 위해 달려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하나님의 약속을 만나러 간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목자들처럼 하늘이 열리고 천사가 내려오는 기적을 매일 경험하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서 말씀하신다. 성경 말씀을 통해, 기도의 자리에서, 삶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는다. 내가 그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나는 목자들처럼 순수한 기쁨으로 그분께 나아갈 수 있는가?
목자들이 아기 예수님 앞에서 느꼈던 기쁨과 경외를 묵상하며, 나는 그들처럼 되고 싶다. 화려하거나 복잡한 것이 아닌, 단순한 믿음과 순수한 사랑으로 구주를 맞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강림절은 그 연습의 시간이다. 내 마음의 들판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별을 따라 구주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구주로 오신 아기 예수님 앞에 나아갈 때, 목자들처럼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나의 자랑, 두려움, 계획, 그리고 실패까지. 주님은 나의 어둠 속에 빛을 비추시는 분이시며, 낮은 자리에서 나를 받아주시는 분이시다. 그분 앞에서 나는 단지 목자처럼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경배할 뿐이다.
강림절이 끝나고 크리스마스가 찾아올 때, 나는 그 아기 예수님을 기쁨으로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목자들처럼, 그 기쁨을 이웃에게 전하기를 원한다. 들판에서 시작된 그 작은 찬송이 세상을 밝히는 큰 노래가 되었던 것처럼, 나의 삶이 그분의 사랑과 기쁨을 증언하는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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